발리, 덴파사르 그리고 응우라라이
"지금 우리 항공기는 덴파사르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출발한지 7시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비행기가 발리 공항에 착륙 준비를 하고, 이어 기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발리에 여행을 왔는데 덴파사르는 무엇이고, 응우라라이는 또 무슨 뜻일까.
발리는 인도네시아의 34개 주(province) 중 하나이고, 덴파사르는 발리주의 수도이다. 그리고 응우라라이는 이곳 덴파사르 공항의 이름이다. 항공업에서는 Denpasar(덴파사르)를 줄여서 DPS로 표현하고, 우리가 가진 탑승권 상 도착지 코드는 DPS로 표기된 것을 볼 수 있다.
발리 공항을 ‘응우라라이 공항’이라고 부르는 이유
발리행 항공권에는 ‘Denpasar(DPS)’라는 목적지 공항 이름을 마주했는데, 막상 현지에 도착하면 “I Gusti Ngurah Rai International Airport”라는 이름이 크게 쓰여 있다. ‘응우라라이’는 도대체 무슨 뜻이고 왜 공항의 이름으로 사용하는 걸까?
I Gusti Ngurah Rai(이 구스띠 응우라라이)는 인도네시아 발리 출신의 군인으로, 1940년대 인도네시아 독립 전쟁 당시 네덜란드 식민 세력에 맞서 싸운 국민 영웅이다.
1946년 11월 20일, 그는 발리 마르가(Marga) 지역에서 약 100명의 병력을 이끌고 네덜란드군과의 전투에서 최후까지 싸우다 전사했다. 그의 희생은 인도네시아 독립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고, 1975년 인도네시아 정부는 그를 국가 영웅(Pahlawan Nasional)으로 지정하였다.
독립 이후 새롭게 출범한 인도네시아 정부는 각 지역의 역사적 인물들을 기리는 방식으로 주요 기반 시설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공항의 정식 명칭은 Bandar Udara Internasional I Gusti Ngurah Rai, 즉 ‘이 구스띠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이다. 이 이름은 그의 애국심과 희생정신을 기리고자 1969년 수하르토(Suharto) 대통령에 의해 공식적으로 부여되었다. 공항 입구에는 그의 동상이 웅장하게 서 있다.
영웅의 이름을 가진 인도네시아의 다른 공항들
자카르타 공항의 이름은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Soekarno–Hatta International Airport)이다. 수카르노(Soekarno)는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으로 독립운동의 상징이다. 그리고 하타(Mohammad Hatta) 초대 부통령으로 외교와 헌법 제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다음은 역사적인 인물의 이름을 딴 공항들을 몇 개 가져와 보았다.
| 공항명 | 위치 | 공항 코드 | 인물 | 역할 및 의미 |
|---|---|---|---|---|
|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 (Soekarno–Hatta International Airport) | 자카르타 (Jakarta) | CGK | 수카르노 (Soekarno), 모하맛 하타 (Mohammad Hatta) | * 인도네시아의 초대 대통령과 부통령 * 독립 선언 주역으로 국가 창립의 상징 |
| 응우라라이 국제공항 (I Gusti Ngurah Rai International Airport) | 발리 (Bali) | DPS | 이 구스띠 응우라라이 (I Gusti Ngurah Rai) | * 발리 출신 독립 영웅 * 1946년 마르가 전투에서 푸풋탄 방식으로 전사 * 발리의 저항정신 상징. |
| 주안다 국제공항 (Juanda International Airport) | 수라바야 (Surabaya) | SUB | 주안다 카르타위자야 (Djuanda Kartawidjaja) | * 인도네시아의 마지막 총리 * 1957년 ‘주안다 선언’ 통해 해양 영토 개념 수립 * 인도네시아 해양국가 정책 기반을 다짐 |
| 하사누딘 국제공항 (Hasanuddin International Airport) | 마카사르 (Makassar) | UPG | 술탄 하사누딘 (Sultan Hasanuddin) | * 17세기 고와 왕국의 술탄 * VOC(네덜란드 동인도회사)에 항전한 남술라웨시의 영웅 |
자연을 감상하고, 액티비티를 즐기며, 식도락을 만끽하는 여행도 너무 좋다. 하지만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이해한다면 분명 여행의 의미있는 한 페이지가 될 것이다.
